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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미션 샘플 2

 

 

 

 

 

만히 보고 있는 것은 G의 쪽이다. 오십 센티미터가 채 되지 않는 거리에서 그는 무릎을 꿇고, 앉아 안대로 눈을 가린 B를 내려다보다가도 어찌 할 바를 모르듯 손가락으로 허벅지를 두드린다. 이런 게임을 제안한 이는 결국 그다. 뻔뻔하게 내민 주제에 정작 시작하면 망설인다. 그는 약하게 떨리는 손으로 립밤을 제 입술에 바르고서도 두어 번을 뜸들였다가 이내 결심하듯 눈을 꾹 감고서, 커튼처럼 드리운 머리카락을 흩어내며 입을 맞춘다.

 

키스는 애매하게 이어진다. 명확한 목적이 있는 탓이다. 타액이 겉을 맴돌고 진한 얽힘 대신 얇은 피부를 핥는 간지러움이 무형으로 오르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가깝게 따라붙는 과일 향……. 맞히려는 요량인지 들이쉬듯 공기가 흘러내리고 주변이 꼭 뺨처럼 달아오를 무렵에야 B는 입술을 떼고는, “딸기 맛이군?” “…맞아.” 느른히 휘어지는 입가가 보인다. 

 

간단한 정답에 G이 제 목곁의 리본을 끌러내려다 저지당한다. 앞을 돌아보면, 눈이 가려진 B가 G의 손을 용케 더듬어 붙잡아 내린다. 두어 번 헛손질이 지나가면 제법 능숙하게 위치를 짐작하고, 왜, 라는 물음이 나오기도 전에 손은 그대로 끈을 붙잡아 잡아당긴다. 저항감 없이 흐르는 천, B는 간단히 입가를 끌어당기고 말한다. “계속하지.”

 

 

G은 아쉬운 듯 아닌 듯 싶은 표정을 지으면서도 제 입술을 문질러 남아있던 립밤의 향을 지우고 다른 향을 꺼내든다. 기회는 공평해야 하니까, 라는 말을 괜히 중얼거리며 매무새를 점검한다. 제가 입은 조끼나 허리띠, 리본 따위의 부자재들을 계산에 넣는다. 그 모습을 B는 보지 못했다만은 다만 웃으며 고개를 까딱였다. 바로 하지 않는건가? 따위의 말을, 그는 구태여 꺼내지 않는다. 용기를 내면서도 미적거리는 모습을 보지 못함에 제법 아쉬워할 뿐이다. 스스로가 생각하기를, 그는 G의 망설임을 제법 귀여워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어지는 키스의 맛도 맞추기 어렵지 않았다. 오렌지, 라는 말에 G은 보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가 아차 싶어 말을 덧붙인다. “맞았어.” 이번에도 G의 옷을 벗기는 것은 상대의 몫이다. 제지당한 손을 G이 어쩔 줄 몰라 바닥에 내려놓고선 꼭 쥐고, B는 그것을 아는 지 모르는 지 손 끝을 그어내린다. 이미 위치는 매만져 확인했으니 일련의 과정은 수월하다. 툭툭 풀려나가는 단추를 G은 숨을 삼키며 내려다보고 있었다. 제법 손길이 능숙한 걸, 따위의 잡생각도 별 도움이 되진 않고……그는 그저 얼굴을 잠깐 붉혔다가도 마음을 다잡을 뿐이다.

 

포도 향은 직전보다 약간의 시간이 걸렸다. 오렌지가 강렬한 탓에 향이 묻혔기 때문이다. 얕은 입맞춤이 뭉근하게 입술을 문지르고 빨고 지분거리는 것을 수 초간 이어간 다음에야 B는 답을 말했다. 북 벨트가 잘그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바닥으로 추락한다. B가 입은 옷은 세 장. G에게 남은 옷도 세 장.

 

더 이상 미룰 구석은 없다. 아까부터 알고 있었다.

G은 어쩔 수 없이 상기된 뺨에 손등을 대고 열기를 식힌다.

 

달큰한 향이 맴돈다. 세 번의 과정과 달리 애매하다. 자연히 키스는 길게 이어지다 상대의 음, 하는 약간의 침음과 함께 떨어진다. 아마도 꺠달음의 탄성 같은 것이 먹혔을 것이다. “사과인가?” “그래.…” 손 끝이 울대를 더듬어 내려간다. 쇄골을 쓸다가 셔츠의 천을 쥔다. 단추는 조끼보다 촘촘해 자연히 시간이 걸렸다. 닿는 면적에 화상을 입기라도 하는 듯이 뜨끔거리고, G은 꼭 울 것만 같은 심정이 되어서, 네가 잠깐이라도 스치는 나의 여정에 자국이라도 남기고 싶을 만큼 나는 너를 이렇게나 사랑하고…… 그러나 너는 어떨까…… 그런 것은 곧 알 수 있을텐데. 눈앞의 이가 안대를 쓰고 있다는 것에 안심하면서, 그는 다음 립밤을 문지른다.

 

다음의 키스는 방금 전보다 퍽 짧아서, G은 그가 쉬이 정답을 맞혀버린 줄 알았다.

 

“모르겠군…. 이번엔 제법 어려운 문제였어.”
“아…  포기하는 거야?”
“그렇다고 할까. 이 쪽의 패배로 해 두지.”

 

아예 모르겠으니 되려 길게 이어갈 이유를 느끼지 못한 걸까. 확실히, 사과보다는 복숭아가 훨씬 어렵긴 할 것이다. 그래도 직전에는 꽤 길었던 것은 알 듯 말 듯 애매해서였을지도 모르겠다. 조금 더 친숙한 과일이니까…. 미련을 두게 되는 요소는 가능성에 있다. 그런 G을 재촉하듯 B는 제 옷깃을 잡았다 놓았다. 머뭇거리는 손이 셔츠의 밑자락을 잡고 잡아당긴다. 쓸어올려지는 천은 뒤집히고 드러난 살결과 근육, 닿는 촉각, …아. 짤막한 탄식이 새어나올까 입술을 깨물고서는 옷을 벗겨내면, 걸리는 부분 탓에 흐트러져 자신을 직시하는 눈과 마주한다.

 

보였을까? 제 표정이?

 

그는 짐작하기도 전에 손을 뻗어 B의 눈을 가려버렸다. 상대는 가타부타 말 없이 고요하기만 했고, 속눈썹의 사각거리는 감촉이 손바닥에 느껴지는 것 외에는 어떤 변화도 없었다. 가늘어지는 눈, 따위를 빼면.

 

G은 시선을 돌릴 수조차 없이 숨을 멈춰있다가 이내 내쉬고, 다른 손으로 제 입술을 문지르고, 그리고 립밤 따위는 꺼내지도 않은 채 홧김을 가장했다. 선득하게 감정이 오고 내리는 일 따위는 익숙하다고 세뇌하면서, 미친듯이 두근거리는 심장 같은 것조차 무시하고 입맞췄다. B의 눈은 여전히 감겨있다. 가려진 암막. 미지. 닿는 것은 얇은 피부의 부드럽거나 까끌한 감촉 뿐. 

 

당신은 를 특정할 수 있을까?
차마 입밖으로 꺼내지 못한 물음은 타액 안으로 삼켜진다.

 


이번으로 벌써 다섯 번째, 익숙해지지 않을 리가 없는데 여전히 아득하게 멀다. 꿈을 꾸는 것 같이 부감하다가도 퍼뜩 정신이 들고 그러다가 시야가 흐려지고, 눈물이 고인건지 깜짝 놀라 깜빡이면 그런 일 같은 건 없었다는 듯 눈 앞의 상대는 태연하다. 어깨를 감싸안은 말단에서부터 저릿함이 차오른다. 정말로 이상하지, 속삭임은 공기를 헤매지 못하고 사그라들어,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너를 보면서. 지분거리던 입술은 열려 깊어진 지 오래고 꼭 내 마음처럼, 지금처럼 당신을 침범할 수 있다면 좋을텐데. 희끄무레하게 차오르기 시작한 숨을 느끼며 그런 생각을 했다. 네 생각이라도 들여다 볼 수 있었다면, 그러나 실은 원하지 않는다는 것은 알면서도.

 

찌걱이는 액체의 소리. 거칠어지는 숨. 색색 내쉬며 부유하는 감정과 몽롱하게 치닫는 산소. 어쩔 수 없이 주춤이며 뒤로 물러나는 몸과 바짝 붙어 쫒아가는 너. 퇴로는 벽에 막히고 팔은 급하게 몸을 짚는다. 아주, 아주 긴 찰나가 지난다.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왜 이렇게 긴 걸까. 알아보지 못했나? 하지만 영 모르겠다면 금세 떨어졌을 텐데. 직전에 그랬던 것처럼. 혹시 내 의도를 눈치챘을까. 그렇다면, 이렇게 긴 시간이 지나는 이유는……. 가쁜 음. 부스럭거리는 마찰. 빼앗긴 죽음을 알리는 감각. 불요한 호흡.



그는 참지 못하고 손으로 상대의 어깨를 잡았다. 거의 동시에 떨어진 인영에 발작적인 숨을 뱉는다. 콜록거리는 기침 소리가 길게 이어진다. 생리적으로 고인 눈물을 닦고 한참을 정돈하다 고개를 든다.

 

가려진 눈은 그를 보고 있었다.

 

G은 알아차렸다. 사실은 한참 전부터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B의 시선이 그를 꿰뚫듯 직시하면 그는 어쩔 수 없이 낱낱이 드러나고야 마는 것이다. 제 행동, 표정, 감정, 의도 조차도. 화가 난 듯도 하고 가라앉은 것 같기도 한 회안이 낭패감 어린 희끗한 낯을 살핀다.

 


“찾을 수 없으리라 여겼나?”
“…….”

 


모르겠다. 아니 사실은 안다. 울컥 새어나온 감정 덩어리가 자신을 머리 끝부터 흠뻑 적시는 기분이 든다. 그것은 기쁨같기도 공포같기도, 그 무엇으로 형용할 수 없는 비정형의 물질같기도 했다. 

 

B는 G의 표정을 살피다 설핏 누그러진다.

 


“…그렇다면 이제는 믿을 수 있겠지. 다시는 두말하지 않을 정도로.”
“나는….”
“이리 시험까지 해보지 않았나. 내가… 그대를 특별하게 여기는 지 말이야.”

 


울듯이 일그러진 얼굴은 사랑으로 점철되어 있다. B에게는 퍽 익숙한 낯이다. 그리고 그가 가장 기꺼워하는 낯이기도 했다. 눈 앞의 이를 몰아세운 채 상기된 뺨을 쓸어내린다. 인내의 한계를 시험하는 듯 굴다가도 그대는 결국 이런 표정을 짓지. 바로 옆에 있는데도 꼭 닿지 못할 것처럼 멈춘다. 감히 그래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듯이.

 


“그대는… 항상 그대가 대체라도 될 것처럼 굴어.”
“…그,”
“내게 그대는 한 명 뿐임을 모르지도 않을 텐데.”

 


꼭 그대가 여러 명이라도 된다는 듯이. G은 무어라 설명을 하려다가도 입술을 깨문다. G은 이미 알고 있다. 각각의 세계에서 그는 유일하지 않다. 에린에 G은 하나이지만 B의 죽음을 내릴 수 있고, 또 그리 행했던 자는 하나가 아닌 것이다. 무수히 많은 선이 겹쳐진 세계. ‘B를 죽였다’는 사실만으로는 어떤 것도 특별해질 수 없다. 그러니까 네게, 그것이 의미가 있다면. 그것만이 의미가 있다면.

 

그렇지 않다는 사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면서도.

 

이미 호되게 깨닫지 않았던가? 그러나 살아 숨 쉬는 B는 내 앞이 유일하지 않던가? 그렇다면 당신에게도 나는 특별할까. G은 손을 뻗어 B의 목에 가져다 댄다. 맥박은 뛰지 않고 호흡은 지속되지 않는다. 완벽한 정적임에도 그는 꼭 요동치는 무언가를 잡는 듯이 굴었다. 입술이 열리다 닫힌다. 그러나 망설임은 길지 않았다. 그는 B를 매달리듯 안은 채로 애원했다. 그렇다면.

 


“…네게 사랑받고 싶어.”
“…….”
“특별함을 넘어서는 의미가 되고 싶어….”

 

당신이 그리 말한다면 나는 그것에 기대보고 싶다고, G은 소망을 입에 댄다. 

 

B는 곧장 대답하지 않았다. 타오르는 눈동자가 G에게 향한다. 손등은 상대의 뺨에 닿아 미끄러지고 천천히 턱선까지 도달하는 데에 느껴지는 희미한 떨림, 숨결, 그런 것들을 붉은 눈길이 뒤따랐다. G은 상대를 올려다보며 익숙한 기시감에 사로잡힌다. 그러나 온도가 현실을 증명하고 있었다. 가늘게 내쉬는 날숨에 안도가 섞인다. 닿는 감촉은 미지근하고 조금은 따뜻하다. 제 체온이 옮은 탓에.

 


“내가 지금 느끼는 이 특별함이, 사랑일까?”


애매한 언어. 질문으로 끝난 대답. 그 본인조차 성찰치 못한 감정. 남겨둔 일말의 가능성. 

 

순간이 멈춘다. 찰나 세계에서 너만을 제하고 모든 것이 지워진다. G은 호흡을 잊은 채 B를 바라보았다. 너는 여전히 너무 아름다웠고, 그래서 자신은 그만 네게 영혼이라도 넘겨버리고 싶은 기분이 되어서.

 

극단의 감정은 때론 아주 닮아있다. 아마도, 그것을 뭉뚱그려 사랑이라고 이름붙이는 것 같다. 질문을 듣는 것과 동시에 대답의 감정이 벼락처럼 꽂힌다. 가라앉은 시선이 저를 똑바로 응시하는 것을 느끼며 G은 웃었다. 슬픈가? 아니면, 기쁜가? 모르겠다. 그는 꼭 이 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가도 어서 지나가버렸으면 하고 소망했고, 이것이 내가 B에게서 바라던 최선의 방향같기도 아닌 것 같기도 했다. 아주 믿을 수 없다가도 어느 한 편에서는 납득하고 있었다. 

 

네가 내게 느끼는 감정이 사랑이느냐고. 내가 네게 답할 수 없는 단 하나의 질문을 고른다면 그것일텐데. 그러나 할 수 있는 말은 있었다. 그는 아득히 먼 옛날을 떠올린다. 손으로 셀 수 없는 시간의 전. 하등 좋을 것 없는 남자에게 사랑에 빠진 소녀.

 

“예전에, 소중한 친구가 사랑에 대해 이야기해줬던 적이 있어.” 

 


이해하지 못한 자신에게 어딘가를 바라보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던 모습. 단지 생각하는 것만으로 왈칵 눈물이 솟아나고, 먼 발치에서 수줍은 시선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이 세상을 모두 가진 것처럼 행복해지는 그런 사랑을 해본 적 있나요? …G은 선명해진 눈으로 B를 본다. 사랑은 무수히 많지만, 공통의 정의가 있다면.

 


“사랑에는 그 어떤 논리도 장벽도 없다고…….”
“….”
“…사랑은 그런 것이겠지. 이해가 불요한 감정. 이성에 선행하는 것.”

 


G은 몸에 힘을 풀고선 상대에게 쓰러지듯 기댔다. 조금쯤은 안겨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어리광임을 자신도 알고 있었다. 눈을 느릿하게 깜빡인다. 어쩐지 다정하게 감싸오는 팔을 보면서, 시야가 아주 명료해지는 감각을 느끼고.

 


언젠간 나도 알게 될 거라는 이야기를 했었지. ...나도 마찬가지야. 내 사랑은 그 친구와는 비슷하면서도 달라. …그리고 네게 있는 사랑도, 내 것과는 분명 다를 것이고.”

 

그러니 내게서 답을 구할 수는 없다. 나는 당신의 사랑을 받고 싶은 사람이니까.

 


“하지만….”
“...”
“…네가 내게 느끼는 특별함이 사랑이 아니라 해도, 나는 여전히 너를 사랑할 테니까.”

 


일정한 박자로 균일하게 뛰는 심장소리. 닿는 온기. 모두 제 것이지만, 당신에게 주었다. 그리고 돌려받을 일을 상정한 적은 없다. G은 새삼 당연한 사실을 깨닫듯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멀리서 관조해야만 보이는 진실이 있다. 그는 언어를 내뱉고서야 비로소 그 의미를 곱씹는다. 사랑받고 싶어. 그러나 사랑받지 않더라도 여전히 나는 너를 사랑할 테고, 막을 수 없는 흐름이라면 그저 흘러가도록 두는 수 밖에 없겠지. 그것으로 족하지 않은가? 나는 너에게 온전히 ◼◼이고 그것은 단일하고, 그리고 네가 직접 특별이라고 공언한 이상. 바라 마지 않던 욕심은 거진 이루어졌으므로.

 

패배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이 제 사랑이다.
…그는 눈을 감는다.

 

찰나의 시간이 지난다. 안온한 침묵이 허공을 맴돌다 순간 분절되어 사라진다. B가 G의 목 뒤편을 쥐어서는 제 품 안에 고정시킨 탓이다. 그가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나지막한 목소리가 이어진다. 

 

그런가. 그대가 말하는 사랑이 그렇다면. …사랑이라는 것이 내게도 있다면.

 


“사랑을 하게 된다면, 그대에게 줄게.”

 


기꺼이 그대에게 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

 

G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B의 표정을 확인하려 든다. 분명히, 눈을 뜨고 있는 것을 본다. 형형하게 끓어오르는 눈동자가 흐트러짐 없이 자신에게 꽂히는 일, 그 아릿함, G은 꼭 무게라도 재듯이 손을 뻗어 B의 몸을 더듬다가 이내 힘없이 내려놓았다. 벼락처럼 내리꽂는 진실은 무겁고 여전히 당신은 자신을 보고 있었고, 그리고, 

…그리고 여전히 약속하고 있었다. 아직 정의조차 내려지지 않은 불명의 감정에 주인을 미리 정해두고서, 그리고 그것은 자신이라고 선언하는 일.

 


“아……, 그러니까, …….”

 


소리 없는 환희가 뭉쳐 떨어진다. G은 눈 앞의 당신이 흐리게 일그러지고 나서야 제가 울고 있는 것을 알아챘다. 어쩔 도리 없는 사랑이 넘치다 못해 흘러내리고 흩어져 주워담지도 못한 채, G은 꼭 시선을 돌리면 B가 그대로 사라져버리기라도 할 듯이 멈춰 있었다. 부정할 수도 없이 확실한 현실.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입을 벌렸다 다물고, 벅참에 소리조차 먹혀 고요한 정적. 

 

B는 이윽고 손을 들어 G의 젖은 뺨을 쓸어 주었다. 

 


“ …우는 얼굴은 어울리지 않아?”

 


그는 겨우 웃어 보였는데, B는 그것을 내려다보며 드물게도 무슨 대답을 해야할 지 몰라 입을 달싹이는 것에 그쳤다. 그랬던가? 아니, 어울리지 않다기 보다는, 닦아주고 싶었을 뿐. …그러나 여전히 그렇게 행동한 이유는 찾을 수 없어서, 아마도 이것 또한 그대에게서 비롯된 감정이리라고 짐작하는 것이 다였다. 

 

G은 자신의 눈물을 쓸던 손길을 두 손으로 붙잡았다. “기다릴게.” 형편없이 떨리는 목소리 치고는 필사적인 표정이다. 그는 간신히 숨을 내쉬고 들이마시고, 이 숨결에 제 감정이 입자처럼 흩어지기를, 그래서 당신의 호흡에 폐부까지 들이차기를 간절히 바랐다. 하하… 웃음소리가 잘게 흔들리다가 멀어진다. 무엇보다 찬란한 고백을 받았다. 네가 알고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나중에, 다른 소리 해도… 돌려주지 않을 거니까.”

 


물러설 수 없다. 자꾸만 시야가 흐려지다 선명해지고 아득한 저편에서 부풀어오른 사랑이 터지고 숨쉬고, 이렇게나 아프고 선득한 감정이라 해도. 그는 붙잡은 B의 손을 제 가슴께로 가져갔다가, 힘있게 쥐고, 제 입가로 가져가 경배하듯 손등에 입술을 묻었다. 눈물로 살짝 차가운 피부에 온기가 옮겨붙는다. 손, 팔, 어깨, 그리고.

 

네 모든 것이 따뜻해질 때까지 사랑을 태울게.

 


“…기꺼이, 그대의 말이 지켜지는 것을 기대하지.”

 


그리고 그러한 결의에 B는 마땅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대의 머리칼을 풀어 빗어내린다. 나의 모든 것은 그대가 쟁취할 목표이고, 그러니 그는 패배의 길목에서 언제까지고 그대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며.

 

…그리고 그대가 도달하는 날에, 자신은 그대가 바라는 것을 들고 맞이할 테니.

 


G은 입술을 떼어내고서 B를 바라본다. 시선이 마주치는 찰나. 가까워지는 얼굴. 선명한 표정. 우는 듯 웃는 듯 이어지는 소리. 오르내리는 몸과 다시 한 번 맞닿는 숨. 세상에 둘 밖에 남지 않은 듯이.

 

끝내 사로잡히는 순간에조차 그는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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